[2025년 신년사] 또 다른 50년의 시작

2025-01-02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업체 임직원 여러분!

 

지난 한 해 고려아연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2025년에도 임직원 및 가족분들의 소망과 꿈이 모두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또 다른 50년의 시작”

2024년은 우리가 평생 잊지 못할 한 해였습니다. 2024년 8월 1일, 우리는 고려아연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조촐하게나마 한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또한 우리의 선배들이 시작하고 그것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가 키워 나가고 있는 ‘우리의 회사’ 고려아연의 미래를 같이 꿈꾸었습니다. 고려아연의 다음 50년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함께 미션을 선택하고 선포하였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본 미션을 (1) 가장 안전하고, (2) 가장 친환경적이고, (3)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한다는 것이며, 이는 중요도에 따라서 나열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션을 달성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이 중 가장 고려아연 다운 방법, 다섯 가지를 우리의 핵심 가치로 정하고, 매일매일 이를 상기하며, 마음속에 이를 새겨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 다섯 가지 핵심 가치는 :

  • 정정당당하고 솔직하게 문제를 직시하기 위한 정직,
  • 온전한 몰두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몰입,
  • 넓게 사고하고 신속하게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유연함,
  • 자유롭게 표현하고 편견 없이 수용하는 소통,
  •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는 뜻의 팀워크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2024년 8월 1일 우리의 미션을 공표하면서 2024년 9월 13일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그날의 감동이 채 가시지 전인 지난 9월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시작되었고, 아직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처음 20일은 정말로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몸도 힘들고 급하게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쉴 틈 없이 한달을 보냈지만, 이 기간에 저를 가장 어렵게 한 것은 마음의 흔들림이었습니다. 너무도 급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하고, 하루아침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탐욕과 거짓으로 무장한 무자비한 공격에 다 파괴되고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저를 갉아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치고 앞이 안 보이고, 마음에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 찬 순간, 우리가 8월 1일 같이 한 50주년 창립기념일 행사가 생각나더군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 기억이 저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도 하고 “적들은 우리가 자축하고 있는 동안에 어둠 속에서 몰래 칼을 갈면서 우리를 비웃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과 함께 저를 괴롭힌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9월 13일부터 어언 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건재하고 고려아연을 기습공격한 이들은 아직도 우리를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의 능력으로 지난 4개월을 이겨낸 것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고비마다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도와준 동료들과 가족들의 기도가 우리와 함께하였습니다. 또한, 기대나 예상을 하지 않았던 분들의 도움과 응원, 울산시의 뜨거운 지지, 불의와 겁박에 굴복하지 않으신 우리 사외이사님들의 소신과 결단, 불리한 상황에서도 성심성의껏 소신을 가지고 우리를 도와주시는 뛰어난 변호사님들과 많은 참모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하루 기적적으로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시고 길을 만들어 주시는 하나님이 우리로 하여금 지지 않게 하셨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직 태풍은 지나가지 않았고 우리는 아직도 이 태풍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20~30일 동안의 좌절과 자괴감은 사라지고 저의 마음속에는 작지만 강렬한 소망의 빛이 있고, 비바람 속에 몸은 분주하고 고달프지만 마음속에는 고요와 평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8월 1일 우리 창립기념일의 기억을 다시 되새길 때, 위에서 언급했던 괴로움보다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언약이, 우리가 지금까지 버티고 승리할 수 있었던 그 힘의 원천이, 그리고 이 싸움을 궁극적으로 승리하고 고려아연의 다음 50년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능력과 열정이 우리에게 늘 있었다는 확신을 느낍니다.

 

8월 1일 저는 최창걸 명예회장님의 말씀을 빌어 여러분께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고려아연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모양일 것입니다.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라는 말입니다. 나는 개인보다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 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죠.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업무를 잘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열심히들 일해주어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주니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보잘것없고 연약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미션의 다섯 번째 핵심 가치인 “이 모든 것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는 뜻의 팀워크”란 것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최창걸 명예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흙가루 한 알 같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여기에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고 의지하는 “동료애”를 섞고,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며 함께 선포한 우리의 미션을 향한 열정을 더하면 우리는 그 어떤 풍파에도 깨지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크나큰 산이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1일 우리는 9월에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모여 미션을 선포하고 꿈을 나누면서 이미 다가오는 싸움의 승리를 위한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사실입니다.

승리의 비결은 밖에 있지 않습니다. 또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현실화해 고려아연이 세상 사람들이 상상을 못 할 정도로 멋지고 독보적인 기업이 되는 꿈도, 그 꿈을 이루는 방법 또한, 다 우리 안에 있습니다.

저와 경영진은 다가올 임시주총 및 정기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전략을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저희 경영진과 이사회는 우리 회사의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안건을 다가올 임시주총에 상정하였습니다. 시장을 비롯한 고려아연의 주주분들은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을 성공적으로 경영해 왔고,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저희의 방향에 충분히 동의해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당부를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의 기존 제련 사업과 신사업이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각 사업부의 본부장과 팀장들은 본인의 위치에서 이전과 같이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팀원 및 현장의 여러 직원분들도 오늘 우리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고려아연의 빛나는 미래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미션 그리고 안전”

2025년은 우리가 만든 미션과 핵심가치를 우리 안에 뿌리내리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함께 만든 핵심가치를 단순히 공표하는 것을 넘어 깊이 공감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업무를 실행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핵심가치를 일상 업무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재화 작업을 시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지난 창립기념사에서 언급했던 최창걸 명예회장님의 말씀대로 리더부터 신입사원까지 일관되게 한마음으로 같은 꿈을 공유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조직을 만들어 나갑시다.

지난해 우리는 사업장에서 우리의 동료를 잃는 가슴 아픈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사고를 당한 직원분들도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매번 느끼지만 ‘안전’이란 우리가 매일매일을 통해 ‘부단히 유지해야 하는 위태로운 상태’이고, 순간의 방심조차 경계해야 지킬 수 있는 가치입니다. 임직원 여러분이 일하는 바로 그 곳이 우리의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늘 애써 주시기를 당부 드리고, 저 또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정비하고 개선한 안전관리 시스템과 정책이라 하더라도 이는 결국 임직원 여러분이 일상의 업무에서 실천하고 행할 때 그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환경입니다. 우리의 미션에서도 강조했듯이, 여러분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이 최우선이며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 그리고 우리의 꿈”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투 같던 날들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었습니다. 큰 걱정 없이 기쁜 마음으로 출근하여, 열심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항상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 도약해 왔고 성과를 만들어왔습니다. 그 어떤 풍파도 그 어떤 고난도 우리의 꿈과 도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50년간 증명된 우리의 역량을 믿고, 100년 기업 고려아연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업체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이깁니다. 우리가 스스로 포기하고 져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이깁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정직과 몰입, 유연함, 소통 그리고 팀워크로 무장하여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우리 고려아연이 그 누구보다도 더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계속해서 우리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승리의 2025년’을 같이 맞이합시다. 이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2일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