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기념식-미션 발표

2024-08-01

안녕하세요? 최윤범 입니다.

 

2020년 8월 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빅퀘스천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임직원분들의 의견을 담아서, 함께 만든 미션북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임직원들의 꿈과 철학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이 미션북을, 고려아연 50주년을 맞이해서 소개 드리는 것에 대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좀 고약한 버릇이 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매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아주 열심히 노력하면서 추진해온 일들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일이 우리회사에게 아주 큰 성과가 되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하루, 아니 반나절 정도 아주 기분이 좋다가 오히려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인생의 허무함을 느껴서 그런 것인지,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그 다음에 또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7년전 호주 선메탈에 근무하던 당시, 2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서 Sun Metals Mission Book을 만들었고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는, 오늘 이 시간까지도 전혀 허무함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함은 없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사례이지만, 저는 여기에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난 4년동안 꾸준히, 우리 회사 임직원 모두의 참여를 독려해가면서, 만들어낸 고려아연의 “Mission Book”. 이 Mission Book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수고가, 그 많은 시간과 고민과 투자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저는 확신합니다.  오히려, 이 미션북에 들어있는 우리의 선언,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은 우리가 앞으로 추진하고 도모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지속가능한 원천력이 될 것입니다.

 

이 Mission Book을 이렇게까지 공 들이며, 50주년을 기점으로 만든 데에는 저에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2007년에 고려아연에 입사하여 온산제련소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온전히 배우는 입장에서 고려아연 근무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고려아연 임직원에게는 옛날부터 일에 매달리는 처절함(?) 같은 것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팀워크가 있었습니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이러한 특별함은 고려아연을 만들어 오신 우리의 선배님들, 동료들의 철학과 언행이 만들어낸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맨처음에는 이 특별한 문화의 원천이 고려아연의 몇몇 특별한 사람들의 능력과 리더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최창걸 명예회장님, 최창영 명예회장님, 최창근 명예회장님, 또 이제중 부회장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배우고, 또 같이 고민하면서 일 하는, 값진 기회를 지난 17년 동안 끊임없이 누려 왔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선배들은 특별하고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고려아연의 회장이 되어버린 저로서는 이것은 너무나도 무겁고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보다 부족한 것이 많고, 부지런함도, 근면함도, 인내심도, 번뜩이는 지혜도 모두 다 부족한 사람인데, 더욱 더 커지고, 복잡해진 고려아연을 어떻게 제가 이끌어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사실 굉장히 깊고 오래 했습니다.

하지만 제 고민은 역설적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겪어본 사람 중 가장 출중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아버지, 최창걸 명예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메탈 사장직을 처음으로 맡고 조직의 장으로서 이러한 고민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할 즈음에 최창걸 명예회장님은 당신의 40년 근속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이 중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고려아연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 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모양일 것입니다.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라는 말입니다. 나는 개인보다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 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죠.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업무를 잘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열심히들 일해주어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주니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이 인터뷰를 고려아연 사보로만 접했었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최창걸 명예회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이 말씀은 너무나도 그분 다운 말씀이었고, 깊은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음을 최창걸 명예회장님과 같이 일해보신 분들은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씀은 저에게 너무나 큰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저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뛰어난 아버지께서조차 이런 생각을 하시고 우리 임직원들에게 의지하셨다면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저에게는 큰 안도와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 혼자는 약하고 부족하지만, 고려아연은, 우리는, 강하다는 깨달음.

그 깨달음이 발전하고 진화하여서 [2017년] 선메탈의 Mission Book이 만들어졌고, 또 2024년 오늘, 고려아연의 Mission Book을 완성하였습니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선택한 우리의 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본 미션을

(1) 가장 안전하고, (2) 가장 친환경적이고, (3)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한다는 것이며, 이는 중요도에 따라서 나열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션을 달성하는 방법은 수백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이 중 가장 고려아연 다운 방법, 다섯가지를 우리의 핵심가치로 정하고, 매일 매일 이를 상기하며, 마음 속에 새기며 가고자 합니다.

 

이 다섯가지 핵심가치는,

  • 정정당당하고 솔직하게 문제를 직시하기 위한 정직,
  • 온전한 몰두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몰입,
  • 넓게 사고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유연함,
  • 자유롭게 표현하고, 편견없이 수용하는 소통,
  •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는 뜻의 팀워크 입니다.

 

우리의 미션과 핵심가치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 그리고 우리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여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션은 고려아연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으로 우리의 사업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떠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운영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원대한 목표를 향해 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 구성원 각자가 매일매일 하는 작은 일들입니다. 10년전 최창걸 명예회장님이 말씀하셨던 “한알 한알의 흙가루” 같은 일, 오늘 각자가 하는 일들이 모이고 모여서 얼마나 크고 의미 있는 일이 되는지 이 미션북을 통해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를 바랍니다.

 

핵심가치는 단순히 허울 좋은 선언이 아니라, 지난 50년간 우리가 가진 장점은 이어가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면서 우리의 미션을 어떠한 방법을 통해 달성해 나갈지를 알려주는 실천 원칙입니다.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때, 우리가 어떤 기준을 따르고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의 미션, 그리고 핵심가치의 선정은 특별한 소수의 인원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난 4년동안 고려아연 식구 전체가 고민하고 참여하여 선택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은 50년 전부터 우리가 지금 걷는 이 길을 닦아주신 우리의 선배님들, 50년전 온산에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여 오늘의 고려아연을 만드신 수많은 분들의 가르침과 본보기가 우리 안에 녹아 들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서로 성장해 온 장소와 배경이 다른 우리가, 고려아연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서 여기에 모였습니다.

그 누구도 똑같은 사고를 하고, 똑같은 방법으로 삶의 문제에 다가가는 사람은 여기에 없습니다. 이렇게 다르고, 다양한 배경의 우리가, 그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같은 꿈을 꾸고, 하나의 목표를 가져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1974년 온산 앞바다 허허벌판에서 단 12명이 같은 꿈을 가지고 시작해서, 오늘의 고려아연이 만들어졌습니다. 2024년 8월 1일,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우리 [3,500]명도 하나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큰 꿈을 모아 시작하는, 고려아연의, 우리의 두 번째 반세기,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이 멋지고 가슴 떨리는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하나님께, 그리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