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6
오는 23일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막판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사실상 일반주주들이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개미 표심을 잡기 위해 너도나도 주주친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과거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상반된 것으로 나타나 주총 이후 현실화될 주주환원책의 귀추가 주목된다.
배당 규모·성향에서 앞서는 고려아연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 측 지분은 총 40.9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3~34%로 추산된다. 이 밖에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4.51%,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외하면 소액주주 지분은 10%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판단이 아직 베일 속에 가려진 가운데 개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분 과반을 차지하는 쪽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이 각종 주주환원책을 쏟아내는 이유다.
개인주주들의 주식 보유 이유는 우선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 가치 상승이다. 배당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다. 기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해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장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배당 상황은 사뭇 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6년 주당 8500원 배당에서 2022년 주당 2만원까지 늘렸다가 2023년 1만5000원(중간배당 포함)으로 낮췄다. 2023년부턴 주당 1만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주총 정관 변경 안건에 분기배당 도입을 넣기도 했다. 분기배당을 통해 배당의 예측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반면 영풍의 경우 수년째 주당 1만원을 배당하고 있다.
전체 배당액 규모로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고려아연은 2019년 1944억원의 배당금으로 지급한 이후 △2020년 2474억원 △2021년 2651억원 △2022년 3535억원 △2023년 5959억원으로 늘었다. 영풍은 배당금 지급 규모에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2017년 17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로 매년 동일한 수준의 배당 재원을 책정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 성향에서도 두 회사는 차이를 보였다. 고려아연의 2019년 배당성향은 43.6%이었다. 이후 매년 상승세를 나타내며 2023년 68.8%를 기록했다. 이는 KB증권이 집계한 2013년~2022년 국내 상장사의 평균 총주주환원율(2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영풍의 배당성향은 20220년 12.97%, 2021년 13.85%, 2022년 4.68% 수준 등을 기록했다. 최근 3년(2021~2023년) 영풍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12%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약 50%다.
자사주 매입·소각에서도 고려아연 판정승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서도 고려아연과 영풍의 행보는 달랐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만 매입을 유지할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는 부작용이 있어 소각 등 처분까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주주환원책으로 인정받는다.
고려아연은 2023년 11월 1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5월과 8월 각각 1500억원, 4000억원을 잇달아 자사주를 사들였다. 2023년엔 자사주 1000억원어치를 소각한 바 있다.
영풍은 2009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았다. 기업가치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은 최근 영풍을 상대로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동시에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2만1906주도 즉시 소각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풍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MBK 측은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시행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12월10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통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유상증자가 아니라 주식 액면분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최 회장 측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아울러 자사주 전량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등의 방안도 이사회 입성시 즉각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MBK 측의 주주환원책에 최 회장 측도 반응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23일 액면분할 결정 사실을 공시했고, 이번 주총 안건에도 포함시켰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선 영풍·MBK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재판에서 ‘소각 이외의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확약하기도 했다.
※ 기사 전문: 개미 손에 달린 경영권…고려아연·영풍, 과거 밸류업 성적표 살펴보니 < 산업/재계 < 경제 < 기사본문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