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참전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20년 넘게 시장 지배자적 위상을 누려온 고려아연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을 유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과 분리 매각, 중국 등 해외 업체와의 기술공유 및 기술연수 등으로 핵심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인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국가 기간산업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게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인 만큼 MBK가 기업 인수 후 무리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다수의 비철 제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기술의 해외 유출은 기간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가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적 기술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은 독점 체제가 된다는 것도 우려의 지점이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MBK가 갑작스레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다. 향후 MBK가 엑시트(투자 회수)할 때 국외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에는 국내 아연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MBK에 일부 중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어 핵심 기술산업의 해외매각 우려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의 해외 기술 유출은 없다”고 밝혔지만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 등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국익을 염두에 두고 탄생한 고려아연은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면서 “단기간에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아연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공급망 자체의 가격 인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은 법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모든 곳에 사모펀드가 자본주의만을 외치며 수익만을 좇는 일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