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지기’ 고려아연과 영풍은 왜 결별했을까

2024-12-27

‘1·23 경영권 大戰’ 폭풍전야 고려아연

 

● 1949년 최기호-장병희 공동 창업주 ‘영풍기업사’ 설립
● 고려아연 경영은 최 씨 일가, 지분은 장 씨 일가
● 2022년 고려아연 제3자 유상증자에 영풍 소송
● 2024년 9월, MBK 참전으로 ‘머니게임’ 시작
● 2025년 1월 23일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대전

 

장병희 영풍그룹 공동 창업주(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에서 네 번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왼쪽에서 일곱 번째) 등 장 씨와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 사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영풍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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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의 단초가 된 것은 고려아연이 핵심 계열사로 성장하면서다. 영풍은 공동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나눠 75년간 동업해 왔다.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은 장 씨 일가(회장 장형진),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회장 최윤범)가 경영을 맡았다. 대신 주식은 상대 일가도 동등하게 보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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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은 최 씨 일가는 2000년대 글로벌 도약에 성공하며 고려아연을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자 영풍 기업집단의 ‘캐시카우’로 만들었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 퀸즐랜드에 아연제련소 썬메탈(SMC) 설립 △2001년 런던 금 시장연합회(LBMA·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에 금과 은 브랜드 등록 △2006년 10억 달러 수출탑 수상 △2013년 30억 달러 수출탑 수상 △2016년 호주에 물류 자회사 타운즈빌 로지스틱스 설립 △2021년 호주에 풍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위해 아크에너지 설립 △2022년 호주 신재생에너지 기업 에퓨론 인수 등을 추진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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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취임한 최윤범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주축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그 일환으로 2022년 호주 재생에너지 업체 에퓨론,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 순천 제강분진 재활용업체 GSDK(현 스틸싸이클씨)를 사들여 자원순환 사업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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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고려아연이 신사업을 확대하려던 시기에 영풍의 환경오염 리스크가 문제가 됐다. 2021년 11월 환경부는 영풍이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 배출했다고 발표하며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했다. 이후에도 영풍은 석포제련소에 저장돼 있는 폐기물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시도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이를 돈을 주고 사가도록 한 데다가 물류비도 고려아연이 맡도록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련 잔재물인 자로사이트와 최근엔 황산 처리 등을 놓고도 고려아연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 측과 폐기물 처리에 관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온산제련소에는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영풍은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영풍의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확정돼 석포제련소 조업을 60일간 정지해야 하고, 대구지방환경청 수시 점검에선 황산가스 감지기를 끄고 조업을 한 사실이 적발돼 추가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 기사 전문: ‘75년 지기’ 고려아연과 영풍은 왜 결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