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돈 빌려 기업 인수… 투자 대신 빚 갚느라 실적 추락

2025-03-18

(조선일보, 2025년 3월 7일)

 

홈플러스 사태에 커지는 책임론

 

국내 대형 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상당한 경영 오판(誤判)을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선제 대응”이란 명분으로 회생 신청을 했지만, 예상 밖으로 협력 업체들이 잇따라 납품 중단을 선언하고, 제휴처에서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2005년 설립된 MBK는 운용 자금이 약 310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르는 동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한 후 성장시켜 재매각해 이윤을 남기는 ‘바이아웃’이 핵심 성장 동력이었다.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해 6년 뒤 약 2조원을 남기고 판 사례, 코웨이 재매각으로 약 1조원을 번 사례 등은 김병주 MBK 회장에게 ‘M&A(인수·합병)의 귀재’라는 명성을 안겨줬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17년째 투자금을 회수(엑시트·exit)하지 못하는 사례 등이 부각되며 성장 공식이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인공지능)나 온라인 플랫폼 등 IT 중심의 빠른 변화가 일어나면서, 최근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하는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 대신 특정 분야의 전문성 부족이란 단점이 더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MBK 산하에서 홈플러스 같은 사례가 더 나올 경우, 우리 산업계 전반의 충격이 작지 않으리란 우려도 크다. 단기 이익을 더 추구하다 보니,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를 통한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빚 상환 등을 우선시하거나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논리다.

◇누적되는 경영 판단 실패 사례

MBK가 투자한 기업 중 회생 절차에 들어간 것은 홈플러스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000억원에 인수한 플랜트 제조 업체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실적 악화로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2017년 초 500억원대에 유암코에 매각됐다.

10년 이상 투자금이 묶인 사례도 있다. 특히 외부 투자금과 함께 대출을 받아 인수 대금을 마련했는데, 인수 후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장기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애당초 예상과 달리 업황까지 나빠졌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옛 씨앤앰)는 MBK가 2008년 매쿼리와 함께 총 2조2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제때 인수 대금을 상환하지 못해 2016년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도 MBK가 2013년 약 1조원에 인수했는데 12년째 재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 대금 중 4000억원이 대출이었다. 홈플러스도 인수 대금 7조2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을 차입한 같은 구조였다.

 

홈플러스는 특히 MBK가 경영 실패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홈플러스 경영진으로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 임원 7명이 있는데 이 중 5명이 MBK 인사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MBK와 홈플러스는 최저임금 인상, 대형 마트 규제 등을 이번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데, 실제로는 알짜 점포는 팔고 수익성 있는 신규 점포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게 패착이란 지적이 더 많다”고 했다.

◇지나친 확장에 발목 잡혔나

MBK가 지나치게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하다 보니 전문성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MBK가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은 20여 곳이고 업종도 10여 가지다. 딜라이브, 네파, 홈플러스가 모두 업종이 다르고,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롯데카드(금융), 다이닝브랜즈그룹(외식 프랜차이즈), 엠에이치앤코(홈리빙) 등도 MBK가 투자한 기업이다. 2022년에 메가존 클라우드(소프트웨어), 2023년 메디트(의료 기기)에도 투자하고,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뛰어드는 등 제련·이차전지 업종 진출도 노리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 업종을 수십 년 파도 당장 눈앞의 일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수십 업종을 동시다발적으로 다루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기사 전문: MBK, 돈 빌려 기업 인수… 투자 대신 빚 갚느라 실적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