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5
(2025년 3월 5일, 헤럴드경제 보도)
홈플러스 단기등급 강등되며 장기차입금까지 조기상환 가능성 우려
기업회생 선택해 채무 조정 위한 시간 확보
사업 경쟁력 위축에 과도한 부채, MBK 에쿼티 회수 ‘빨간불’
홈플러스 단기등급 강등되며 장기차입금까지 조기상환 가능성 우려
기업회생 선택해 채무 조정 위한 시간 확보
사업 경쟁력 위축에 과도한 부채, MBK 에쿼티 회수 ‘빨간불’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PE가 직접 버티지 않고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은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포트폴리오 기업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PE 업계도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아니지만 유동성 고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회생을 선택한 점이 낯설다는 평가다.
MBK는 홈플러스의 단기 자금 우려를 말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메리츠그룹에서 일으킨 1조2000억원 규모 차입금이 단초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단기신용등급 강등, 전체 차입금 조기상환 우려했나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1시간 만에 절차 개시와 동시에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을 내렸다. 결정 배경으로 오는 5월 홈플러스의 자금 부족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5월은 홈플러스가 메리츠그룹을 대상으로 리파이낸싱을 진행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지난해 5월 MBK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을 상대로 만기 3년짜리 1조2000억원의 차입을 일으켰다. 해당 자금은 기존 인수금융과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고 운영자금 등에 충당했다.
선순위 투자자인 메리츠그룹은 4일 홈플러스의 담보채권 규모는 1조2000억원이라고 밝힌 상태다.
기업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자로 등판하는 메리츠는 높은 수익률과 확실한 담보자산을 요구해 왔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유통사업 본연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지만 탄탄한 부동산 자산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다만 지난달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이 A3-으로 강등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A3-는 투자적격 등급의 끝선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풀이 취약하다. MBK는 줄곧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해 온 홈플러스의 차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CP와 전단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잔액은 2804억원이며 이달 756억원에 대해 만기가 도래한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차입금 차환 불발 자체를 우려하기보다는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메리츠 측과의 차입약정을 준수하지 못해 장기차입금까지 일찍 갚아야 할 상황을 고려했을 수 있다”라며 “1건만 디폴트가 발생해도 전체 채무에 대해 조기상환이 발동하는 특약이 존재했을 수 있어 연쇄적 자금 우려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기업회생을 선택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장단기차입금은 1조9487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937억원이다. 영업현금 대비 금융비용이 커 순손실은 지속되고 있다.
리스부채 3.5조도 부담…평판 훼손 불가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지급과 채무 상환 의무에서 벗어난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영업활동에서 나오는 현금 등 자체 재원으로 상거래채무는 변제를 이어가야 한다.
홈플러스 조사위원으로 선정된 삼일PwC(삼일회계법인)는 회사의 재무 상태와 영업가치 등을 면밀히 검토해 오는 4월29일까지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지배주주인 MBK의 투자금 상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기자본(에쿼티)은 약 2조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중간배당 등을 통해 회수했으나 아직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거두지 못했다. RCPS의 경우 미지급 이자가 누적되면서 미상환 규모가 약 1조12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2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에 RCPS, 리스부채까지 감안하면 에쿼티에 어느 정도 금액이 인정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작년 11월 기준 홈플러스 리스부채는 3조5133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후 임차한 계약에 따라 예상한 전체 임차료를 현가로 환산한 금액이다. 회생 과정에서 일정부분 조정되겠지만 업계에서는 변제 금액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채권자는 메리츠 3사를 포함해 29곳이다. 홈플러스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가 산출되고 6월초 회생계획안이 완성되면 채권자 표결이 이뤄진다.
다른 관계자는 “라지캡 바이아웃의 경우 인수금융 조달이 원활했던 이유는 이자와 선순위 대출에 대한 상환 능력을 인정 받기 때문”이라며 “시장 기대와 달리 라지캡에서 자금 문제가 생긴 만큼 MBK도 평판 리스크 위험을 피할 수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 기사 전문: “PE가 ‘선제적’ 기업회생?”…MBK, 메리츠 ‘1.2조’ 차입금 조기상환 우려했나[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