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홈플러스 M&A 후유증…MBK ‘벼랑끝 전술’ 택했다

2025-03-05

(2025년 3월 4일, 한국경제 보도)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전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최혁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여 이날부터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을 A3-로 강등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회생을 통한 금융권 부채 조정에 나섰다. 홈플러스 영업은 정상적으로 한다.

 

사상 초유 선제적 회생절차…현실이 된 ‘승자의 저주’
무리한 차입매수로 부담 누적…지난달 신용등급 강등 결정적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7조2000억원에 인수해 한국 인수합병(M&A) 역사를 새로 썼다.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의 홈플러스 인수는 규모뿐만 아니라 거래 구조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약 5조원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시 경쟁자인 KKR·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구두로 홈플러스 우선협상자 선정을 통보받아 샴페인을 터뜨린 시간에 MBK가 인수 금액을 대폭 올려 따낸 계약이었다.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됐다. 10년 경영한 결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MBK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례적으로 빠른 회생 결정 배경은

MBK가 4일 홈플러스의 전격적인 회생절차에 나선 데는 연휴 직전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한도대출 등으로 월 6000억~7000억원가량의 단기자금을 확보해 매입·영업 대금 등을 충당해왔다. 신용평가사들이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신용도를 A3에서 A3-로 강등하자 MBK는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차환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당장 문제는 없지만 오는 5월이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봤다.

회사의 현금으로 당장 단기 자금을 갚기보다 유동성이 충분한 시점에 회생절차를 밟아 차입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게 MBK 판단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1시간 만에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통상 절차 개시까지 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 없이 빠른 결정이다. MBK 측이 강조한 ‘선제적 구조조정 조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 결정에 따라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관련 자문사를 선정해 홈플러스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 별도 관리인 없이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게 한 데다 정상 영업을 위해 필요한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까지 신속히 결정했다. 법원은 채권 신고 기간을 4월 초로,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을 6월 초로 정했다.

(중략)

 

◇금융권 혼란 예고…MBK 최대 위기

이번 회생절차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된다.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진행돼 금융권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로 1조2000억원을 투입한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의 모든 부동산은 신탁에 담보 제공돼 있고 메리츠가 이 신탁에 대한 1순위 수익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경우에 따라선 메리츠 주도로 자산 매각 등 담보권 처분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수년간 우려한 일이 결국 벌어졌다”며 갈등을 예고했다. 매출 7조원에 이르는 홈플러스의 임직원은 1만9500여 명이다.

자본시장에선 MBK가 이번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의 경영 전문가 집단을 표방한 PEF가 ‘랜드마크’ 거래에서 경영 실패를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대표 소비재기업인 홈플러스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더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 M&A를 기업 경영권 거래가 아니라 부동산 금융 거래로 간주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마스터리스(책임임대차·통임대 후 재임대) 등 부동산 금융을 총집합한 금융 거래였다. 20여 곳의 매장을 매각해 4조원을 확보했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 및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금융 논리에 매몰돼 쿠팡 등 e커머스의 급성장과 소비 침체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본질적인 변화조차 읽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중에 경영 실패를 자인한 꼴이어서 더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 전문: 7조 홈플러스 M&A 후유증…MBK ‘벼랑끝 전술’ 택했다